사랑하는 대구평강교회 교우 여러분...

이승현 목사입니다. 저는 오늘 교우 여러분에게 참 송구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15년 동안 참 행복하게 목회하였던 우리 교회를 사임하고 서울에 있는 장석교회로 목회지를 옮기려고 합니다.

먼저, 저를 비롯한 목회자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실 수 있는 교우 여러분이 계실 것 같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서울에 있는 큰 교회라는 점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해하실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굳이 말씀드리면 지난 15년 동안 다른 교회로부터 몇 차례 청빙 제의가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위임받은 목사가 다른 교회에 갈 이유가 없었고 무엇보다 우리 대구평강교회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대구평강교회가 참 좋습니다. 힘든 일도 없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교우도 없습니다. 교회 건축도 아름답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교회를 사임하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장석교회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청년 때까지 다닌 제 모교회입니다. 그런데 원로목사 후임으로 사역하시던 담임목사님이 사임하시게 되었고, 현재 담임목사의 공석 기간이 1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 말씀드리기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상황 가운데 안정감 있게 목회할 수 있는 목회자를 찾게 되었고 저에게 청빙 제의가 있었습니다. 다른 교회 같으면 갈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어려움 가운데 있는 제 모교회의 청빙에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장석교회의 청빙 제의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 교회입니다. 교우 여러분께서 아시는 대로 우리 교회는 지금 신축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서는 주변 환경의 변화 가운데 교회 건축을 마치고 새롭게 부흥성장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께서는 동의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으나 저는 제가 계속 목회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담임목사님과 함께 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는 것이 우리 교회를 위해 훨씬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보아도 새로운 목회지에서 목회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긴장하고 기도하며 사역하는 것이 유익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들과 생각들이 기도하는 중에 모아져서 오늘 이렇게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목회자 이동과 관련하여 말씀드리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제가 생각하거나 계획한 일이 아니었고 노력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들을 되돌아보면 모든 일들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교회 건축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잠시 동안이지만 담임목사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실 수 있고 많이 서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시무 장로님들은 한밤중에 저희 집에 찾아 오셔서 “목사님 가실 수 없다”고 만류해 주시기도 했고 여러 교우들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우 여러분, 저에 대해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에 대해 서운해 하시다 보면 하나님께서 서운해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를 이곳에 세우시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신 분은 하나님이시고, 교회 건축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시고 여기까지 이끌어 오신 분도 하나님이시며,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이끌어 가실 하나님이 주인이신 교회입니다.

저는 잠시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감당했을 뿐입니다. 15년 전 교회가 다소 어려움에 있던 때부터 지금 교회 건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제 몫인 것 같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대구평강교회를 섬길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며 감사한 일이었고, 지난 15년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담임목사로 인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혹시라도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셨거나 힘든 일이 있으셨으면 저의 부족함으로 생각하시고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교회는 교회 건축을 완료하는 시점에서 온 교우들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하는 기도할 수밖에 없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이 예비하신 다음 담임 목사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대구평강교회를 통해 이루실 일들이 기대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1. 4. 11. 이승현 목사 올립니다.